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머리 부분에 돌기가 있는 세라믹 수저, 복주머니처럼 붉은 명주실로 엮어 만든 수젓집, 수저를 제작하는 장인의 공방을 그대로 옮겨놓은 공간까지, 다채로운 수저의 세계가 펼쳐지는 ‘별별수저’ 전시회가 그렇다.
공예와 디자인 분야의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해온 서울 관악구 남서울생활미술관은 작가 30여명이 수저를 주제로 만든 작품 30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사람·만듦·멋·씀·삶이라는 소주제 5개로 구성된 작품에는 수저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
반상 위에 밥그릇을 그려넣은 이종구 작가의 <밥-세그릇>은 깨진 그릇에 농부의 고단한 삶을 담았다. 이근세 작가는 숟가락 머리 부분에 화려한 문양으로 지옥을 뜻하는 ‘헬(hell)’을 새겼다. 청년 세대의 각박한 삶을 드러낸 신조어 ‘헬조선’과 금수저·흙수저 등 수저를 둘러싼 계급론에 착안해서 나왔다는 이 작품의 이름은 <한국산-헬스푼>이다.
옥선희 큐레이터는 “옛날에는 ‘수저를 놓는다’는 말로 수명이 끝났다는 것을 표현했다”며 “수저는 단순히 먹는 도구를 넘어선 인간의 삶, 계급, 미신, 생활양식을 담아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무형문화재 유기장(鍮器匠) 보유자인 이형근씨의 공방을 재현한 공간도 눈길을 끈다. 장인이 수저를 만들 때 사용하는 집게와 망치 등이 멍석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장인은 5월7일 전시회를 찾아 전통 기법으로 수저를 제작하는 시연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5월15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작품 안내는 매일 오후 1시 30분에 진행된다. 월요일은 휴관이며 관람료는 무료. ☎02-598-6247. sema.seoul.go.kr
이시내 기자 cine@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