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한끼에 먹는 밥의 양은 얼마나 될까? 밥그릇의 크기 변화를 살펴보면 현대인들이 먹는 밥의 양이 얼마나 적은지 실감할 수 있다.

　우선 조선시대 밥그릇부터 살펴보자. 1890년대 프랑스 엽서에 실린 한 남자의 밥상 사진은 충격적이다. 밥그릇과 국그릇의 크기가 왜소한 남자의 얼굴만 한데, 밥그릇의 용량은 900㎖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덕무가 쓴 <청장관전서>에는 “보통 사람들은 한끼에 5홉, 양이 큰 남자는 7홉을 먹고, 아이는 3홉을 먹는다”라고 기록돼 있다. 1홉은 약 180㎖로, 이를 환산하면 보통 사람들은 900㎖, 양이 큰 남자는 1260㎖를 먹었다는 얘기다. 이는 현재 밥 한공기의 3~5배나 된다. 조선시대 이후 1960~1970년대까지도 밥그릇의 크기는 지금의 두배 정도로 컸고, 밥그릇 위로 수북하게 밥을 퍼 담은 고봉밥을 먹었다.

　도자기 제조업체인 ㈜젠한국의 자료에 따르면 밥그릇 크기는 1940년대 680㎖, 1960~1970년대 560㎖에서 1980년대 390㎖로 급격하게 줄었다. 이어 1990년대 370㎖에서 2010년에는 250㎖로 줄어 70년 만에 3분의 1 크기로 작아졌다. 또 최근에는 도자기업체들이 190㎖ 정도의 반공기용 밥그릇까지 내놓고 있다. 190㎖는 종이컵과 비슷한 용량이다.

　김은진 젠한국 홍보팀 과장은 “밥그릇은 그 시대 소비자들의 식사량을 반영해 만들어진다”며 “반공기 제품은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 여성들과 건강을 생각하는 노년층에서 선호한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스틸 밥공기도 식사량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뚜껑이 있는 납작한 합 모양의 스테인리스스틸 공기는 1970년대에 등장해 식당 밥그릇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음식문화 박물지>를 펴낸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쌀이 부족하던 1960~1970년대에 절미운동을 벌이면서 정부가 밥그릇을 작게 규격화해 식당에 강제했다”며 “스텐 공기는 크기가 작고 볼품이 없는 것은 물론 밥맛까지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미리 지어둔 밥을 스텐 공기에 담아 보온 저장하면서 밥맛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또 용량이 200㎖ 정도에 불과해 자연스럽게 밥을 적게 먹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밥그릇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어떤 나라에서도 스텐 밥그릇을 쓰지 않습니다. 쌀 소비를 늘리려면 먼저 밥그릇의 크기부터 키우고 모양도 아름답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밥맛이 나지 않을까요?”

　김봉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