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요새 식당에서는 사람들이 밥 한공기를 채 비우지 않는다. 밥은 그저 반찬을 먹기 위한 부수적인 음식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가 2013년부터 시작한 ‘밥맛 좋은 집’ 선정 사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밥맛 좋은 집이란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맛있는 음식점을 뜻한다. 도는 단순히 선정에만 그치지 않고 이들을 대상으로 밥 맛있게 짓는 법에 대한 강의도 시행하고 있다. 7일 충북 옥천에서 열린 교육을 직접 들어봤다.

　

　“밥 짓기는 쌀을 물에 넣고 가열해 전분을 익히는 작업입니다. 이때 어떤 쌀을 쓰고, 물과 불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밥맛이 크게 달라지죠.”

　강사로 나선 박경리 신세계푸드 식품연구원 과장(41·사진)이 밥에도 반찬 못지않은 정성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과장은 국내에 40여명 있는 ‘밥소믈리에’ 중 한명이다. 밥소믈리에는 쌀 구매부터 취반까지 밥맛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전문가로 현재 1년에 한번씩 일본에서 자격시험이 치러지고 있다.

　박 과장은 맛있는 밥을 짓는 첫 단계는 좋은 쌀 고르기라고 강조했다. 단일 품종에 손상이 적은 쌀을 써야 가장 맛있다는 것.

　“깨지거나 금이 가 있으면 그 틈으로 전분이 빠져나와 밥이 질척해지고 모양도 흐트러져요. 물에 담그면 손상된 쌀이 둥둥 뜨는데 그때 걸러내면 됩니다.”

　 또한 쌀 씻기는 최대한 빠르고 가볍게 해야 한단다. 특히 처음 쓴 물은 휘휘 젓기만 하고 곧바로 버려준다. 쌀에 섞인 쌀겨·이물질 등이 다시 흡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음으로 30분~1시간 동안 물에 불려주는데, 너무 오래 담가두면 쌀알 모양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영양분도 새어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밥솥에 넣는 쌀의 양은 밥솥 용량의 절반 정도가 적당해요. 아무리 많아도 80%를 넘어서는 안 되죠. 물의 양은 밥솥이나 품종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보통 압력밥솥에는 쌀의 1.2배, 일반밥솥에는 1.5배 안팎이 알맞습니다. 물 대신 양지육수를 넣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밥에 감칠맛이 더해지죠.”

　이어 10~15분 뜸을 들이면 밥이 모두 완성되는데, 박 과장은 그릇에 담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리 밥을 담아두는 것은 금물이라고. 실제로 밥맛 좋기로 소문난 집은 공통적으로 주문을 받으면 그제서야 밥을 퍼담는다고 한다.

　박 과장은 “쌀이 우리의 주식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없다”며 “앞으로 밥맛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수업을 마쳤다. 수강생들은 이 같은 교육을 통해 맛있게 밥 짓는 법에 대해 더 체계적으로 알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충북 옥천에서 숯불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조성현씨(53)는 “밥맛 좋은 집으로 알려지고서 찾아오는 손님이 크게 늘었다”면서 “앞으로도 밥맛 관련 교육이 열리면 빠짐없이 참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옥천=김재욱 기자 kjw8908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