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전체 쌀 소비는 줄어들고 있지만 쌀 가공식품 시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쌀 가공식품 가운데는 특히 즉석밥, 편의점 도시락, 컵밥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한 편의점 업체 조사에 따르면 쌀 가공식품이 술·바나나맛 우유 등 전통적인 인기 상품을 제치고 편의점 매출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른바 ‘잘나가는’ 쌀 가공식품 중에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즉석밥이다. 즉석밥은 20년 전에 처음 등장했는데, 저렴한 가격에 먹기도 편해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장규모는 해마다 50%씩 커져 현재는 2000억원에 달한다. 1인가구와 캠핑족 등의 증가로 2018년에는 3600억원, 2025년에는 1조5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메뉴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흰쌀밥 한종류였지만 지금은 보리·발아현미·흑미 등의 즉석밥도 판매되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반찬이 가미돼 한끼 식사로 제격인 편의점 도시락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조정준씨(36)는 퇴근길이면 집 앞 편의점에 들러 다음날 아침에 먹을 도시락을 산다. 예전에는 출근 준비로 바빠 아침을 거르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조씨는 “도시락밥은 전자레인지에 넣고 몇분만 돌리면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락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유명 연예인, 요리사 등을 내세워 마케팅에 나서는 것은 물론 구이·튀김 심지어 찌개까지 반찬으로 내놓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도시락 시장이 올해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 컵 모양 용기에 밥과 갖가지 반찬을 함께 담은 컵밥의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컵밥은 원래 고시촌에서 팔리던 거리음식이었는데, 지금은 상품화돼 편의점 등에서도 살 수 있다.

　이처럼 쌀 가공식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단연 쌀밥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명훈씨(39)는 “쌀밥이 있어야 제대로 된 식사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혼자 사느라 전기밥솥도 갖고 있지 않지만, 편의점 도시락과 컵밥 덕분에 매일 쌀밥을 챙겨먹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편의점 도시락의 중량은 보통 450ｇ 안팎인데, 150~200ｇ 정도는 쌀밥이 차지하고 있다. 담겨 있는 재료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이다.

　즉석밥, 편의점 도시락, 컵밥 등에 들어가는 쌀은 대부분 국내산으로 이들은 쌀 소비를 견인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인기를 유지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주장도 나온다. 쌀 선진국인 일본과 비교해 우리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 특히 밥맛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일본 제품보다 밥알의 윤기가 떨어지고 맛이 푸석푸석하다”면서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욱 기자 kjw8908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