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온라인상의 사적인 정보는 개인의 것이지만, 삭제 또는 차단 권한은 인터넷 업체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잊힐 권리란 명예훼손 등 불법적인 자료가 아니더라도, 당사자가 원할 경우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지우거나 포털사이트ㆍ구글 등 검색엔진에 계속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2012년 유럽연합(EU)에서 처음 법으로 명시했으며,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진일보된 개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잊힐 권리가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업체 또는 정부가 삭제 여부를 판단하고, 일부를 편집할 수도 있기 때문.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공유하는 정보에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지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사회 유력인사가 잊힐 권리를 이용해 과거의 부적절한 언행을 자기 마음대로 지우거나 고칠 수도 있는 것.
따라서 필요성은 대다수가 인정하지만 어디까지 삭제를 허용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지난해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스페인의 한 변호사가 검색엔진 구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잊힐 권리를 일부 인정했다. 변호사는 “빚 때문에 집이 경매에 부쳐졌다는 과거 기사가 구글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기록 자체를 지우지는 않더라도 검색 결과로 나타나지 않게 하라”고 판결했다. 사생활 보호와 알 권리 사이에서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3월2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잊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는 빠르면 4월부터 온라인상에 떠도는 자신의 흔적이 검색되지 않도록 포털 업체 등에 요청할 수 있다. 단 이때도 자신이 직접 게시한 경우만 가능하고 타인이 올린 사진ㆍ동영상 등은 차단할 수 없다.
김재욱 기자 kjw89082@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