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무조건 많이 팔아야 좋은 것 아니냐고요? 천만의 말씀이에요. 쇼호스트는 거짓을 얘기해서는 절대 안 돼요.”

　공영홈쇼핑에서 농수산물 전문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조근혜씨(40). 조씨는 쇼호스트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느 상품이나 장단점이 있는 만큼 쇼호스트는 이를 가능한 한 정확히 알려주고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 혹시라도 단점을 속인 채 팔았다가는 대규모 반품 발생은 물론 고객의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방송 초기에는 일부 쇼호스트가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말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를 거의 찾기 어렵죠. 요새 소비자들이 얼마나 똑똑한데요.”

　올해로 14년차 쇼호스트인 조씨는 대학 졸업 후 국립극단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말과 표정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쇼호스트에 매력을 느껴 홈쇼핑 회사에 입사하게 됐다. 그의 실력은 업계에 꽤 정평이 나 있는데, 지난해 7월 공영홈쇼핑 개국 방송에서는 해초인 톳을 판매해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른 홈쇼핑과 달리 공영홈쇼핑에서는 물량을 되도록 넉넉히 준비하기 때문에 없어서 못 파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야말로 ‘인기폭발’일 때만 매진이 되죠. 쇼호스트로서는 매진만 한 영광이 없어요.”

　이 같은 성과는 뛰어난 언변과 함께 화면에 보이지 않는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씨는 한시간짜리 방송을 위해 보통 일주일 정도의 준비기간을 갖는다.

　“물론 생방송 순간이 가장 긴장되죠. 조그만 실수 하나에도 고객이 마음을 닫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촬영 전 준비도 장난이 아니에요. 제품의 유래·효능·용도 등 공부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거든요.”

　특히 농산물의 경우 산지도 잘 알아야 하는 만큼 생산자를 직접 찾아갈 때도 있다. 상품 기획은 엠디(MD)의 몫이지만 쇼호스트라고 해서 그저 스튜디오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라고. “산지에 가면 우리 농산물이 얼마나 안전하게 생산되는 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시청자들은 경험을 빗대 설명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렇게 산지에서 보고 느낀 점만큼 생생한 경험이 있겠어요.”

　산지에서의 경험은 단지 판매에만 도움되는 것이 아니다. 공영홈쇼핑 쇼호스트로서의 사명감도 갖게 한다는 것.

　“농업인들은 하나같이 판로가 없어 고민이라고 얘기하세요.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드리고 싶어요. 홈쇼핑에서 판매 중인 농산물이 저렴하긴 하지만 가격적인 측면만 강조하지는 않을 겁니다. 자칫 힘들여 만든 농산물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으니까요.”

　김재욱 기자 kjw8908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