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2016년 새해를 붉은원숭이의 해라고 한다. 올해는 간지(干支)가 병신(丙申)인데, 병(丙)은 오행상 ‘불’이라서 붉은색을 상징하고, 신(申)은 원숭이를 가리켜서 그렇다.

　예로부터 동아시아권의 사람들은 띠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무슨 띠는 성격이 어떻다더라’ 하는 속설이 그것이다. 원숭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상은 사실 중국 고전인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의 성격과 기질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를 떠나 음양오행의 바른 이치로 따져본다면 원숭이(申) 해가 의미하는 바는 극도의 민활함이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행동도 신속하지만, 자칫 그로 인해 실수를 하고 낭패를 볼 수도 있는 해가 원숭이 해이다. 특히 붉은원숭이는 날쌔고 활발함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1961년 인류 최초의 유인 인공위성이 지구 대기권 바깥으로 나가기 전에 먼저 우주로 나갔던 지구 최초의 생명체이자 동물이 바로 붉은원숭이였다.

　2016년 올해 우리나라의 국운은 어떨까? 2014년은 세월호 사건으로 세월을 다 보냈고, 2015년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힘들었는데 올해는 과연 어떨까?

　그런데 먼저 양해 말씀부터 드려야 하겠다. 새해 벽두에는 당연히 밝고 희망찬 얘기를 해야 하겠으나 아쉽게도 올 한해 역시 좋은 소식보다는 그렇지 않은 일들이 더 많을 것이라 보기에 그렇다.

　미래를 살피고 예측하는 데 있어 간단하고도 신묘한 방법이 있으니, 그것은 30년 전의 상황을 회고해보는 것이다. 이 세상은 묘하게도 60년을 하나의 주기로 해서 마치 커다란 수레바퀴처럼 굴러가고 있기에 30년 전이 호운(好運)이었다면 30년 후는 어려운 운에 봉착하게끔 돼 있다. 이에 30년 전 우리가 어땠는지 알아본다.

　1986년은 대한민국이 급성장의 호운을 맞이한 때였다. 그해 최초로 무려 46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했으니 당시로선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연이어 3년간 연 12%의 고도성장을 기록했다. 201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 미만이었으니 성장률 12%는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당시 기업들은 설비 증설과 인력 확충에 나섰고, 그로써 고용과 취업 문제가 단번에 해소되었다. 정말이지 1986~1988년까지 3년은 우리에게 있어 최고의 호황기였다.

　30년 전이 최고의 호황이었으니 30년이 흐른 올해 2016년은 상황이 그 반대로 흘러간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취업과 일자리 문제, 특히 청년들의 고용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전반적으로 자칫 더 침체될 가능성마저 있다 하겠다. 글로벌 불황과 디플레이션 징후, 더하여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올해 우리들의 살림살이가 작년보다 더 나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언제나 당초의 기대와 어긋나기 마련이다. 기대했다가도 실망으로 끝나는 일이 수두룩하고, 비관했다가도 예상외로 쉽게 풀릴 때도 많다. 이런 세상사의 이치를 <농민신문>을 읽는 분들이라면 능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과 땅의 도움이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농사일이란 점에서 그렇다.

　우리나라는 3년째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작년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이르기까지 비가 잦은 바람에 댐의 저수율이 올라가긴 했어도 올봄 비가 순조롭지 않을 경우 모내기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 많다.

　올 한해 우리 경제를 농사에 비유하면 마치 가뭄과도 같다고 하겠다. 기후가 순조롭지 않아서 농사를 위해 멀리서 물을 끌어다 쓰고 있듯이, 우리 경제 역시 빚으로 충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몇년간 우리 경제는 부양을 위해 급속도로 빚을 늘려왔는데, 이것이 사실 대단한 리스크(위험)가 되고 있다. 가계 평균 가처분 소득의 4분의 1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는 보도처럼 우리 경제의 행보가 점차 무거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선도적으로 금리를 인상해가기 시작했다. 이는 조만간 끌어다 쓸 물도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과 같다. 그러니 올해 우리 경제는 글로벌 불황의 지속과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많은 점에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 벽두부터 드리는 말씀인즉, 올해부터 몇년간은 예전에 비해 한층 더 견실하고 야무지게 살림을 꾸리고 사업도 단단하게 경영해야 한다고 본다. 감당하기 어려운 빚이 있다면 서둘러 갚아 나가는 것이 좋을 테고, 새로운 투자 건이 있다 해도 다소 지켜본 뒤에 착수하는 것이 좋겠다.

　하늘과 땅도 결국은 사람이 할 바를 다할 때 도움을 주는 법, 올 한해를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진인사(盡人事)의 해’로 만들어간다면 뜻밖의 좋은 성과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태규(자연운명학 연구소장)



　●김태규 소장은…

　1955년 부산 출생, 1981년 고려대 법대 졸업. 1993년까지 은행 전산시스템 분야에서 일했으며, 이후 금융시스템 컨설팅과 운명학 개인 연구실 운영.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김태규 명리학 코너’ 칼럼 연재. 개인블로그 ‘희희락락호호당’을 운영 중이며, <음양오행으로 보는 세상사> <차라리 재테크에서 손을 떼라> <당신의 때가 있다> 등을 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