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11월11일, 1년 365일 중 같은 숫자로만 네번 겹치는 유일한 날이다. 그것도 꼿꼿한 모양과 최고를 뜻하는 숫자 ‘1’이 4개 겹친다. 그래서인지 유독 기념일로 삼은 날도 많다. 어떤 기념일이 있을까?

　

　우선 농업인들의 한 해 노고를 기리고 우리 농업의 소중함도 알리는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과 평생을 함께하는 흙을 뜻하는 한자인 토(土)자를 나누면 십(十)과 일(一)이 되는 점에 착안해 ‘土月土日’인 11월11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1964년 강원 원성군(현 원주시) 농사개량구락부연합회(현 농촌지도자연합회)가 전국 최초로 개최한 ‘농민의 날’이 기원이다. 덕분에 원주에서는 현재 50년 넘게 매년 11월11일 오전 11시에 ‘삼토문화제’ 기념식을 열고 있다. 1996년 국가기념일로 제정돼 20주년을 맞는 올해 농업인의 날에는 국민농업헌장과 농업인의 날 노래가 처음으로 선보인다.

　사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11일은 길쭉한 막대과자를 주고받는 날로 더 유명하다. 1980년대 후반, 여고생들이 서로 빼빼해지라는 의미로 모 제과회사의 과자를 선물하던 것이 그 유래라는 설이 있다. 이에 맞서 농업계는 숫자 1에서 길쭉한 가래떡을 연상, 2006년부터 ‘가래떡데이’로 삼았다. 가족·연인들과 가래떡을 나눠 먹으며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쌀 소비도 늘리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현재 쌀 박물관(www.rice-museum.com)에서는 가래떡데이로 오행시 짓기와 가래떡 요리 뽐내기 이벤트를 13일까지 진행 중이다.

　사람의 두 다리를 떠오르게 하는 11일은 ‘보행자의 날’이기도 하다. 걷기를 생활화하자는 취지의 기념일로, 이날을 전후해 걷기 행사가 전국에서 다채롭게 열린다. 비슷한 취지에서 ‘지체장애인의 날’ 역시 11일이다.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의미하는 숫자 1로 구성된 날, 장애를 이겨내고 두 다리로 우뚝 서자는 의미에서다. 기념일이 포함된 주간에는 전국지체장애인대회와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 등이 열린다.

　이 밖에 숫자 1을 옆으로 눕히면 활짝 웃는 사람의 눈 모양이 떠오른다. 대한안과학회는 1956년부터 11월11일을 ‘눈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올해는 9~15일 눈 사랑 주간을 갖는다. 이 기간 동안 급증하는 안과 질환에 대한 다양한 강좌가 열릴 예정이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