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날씨가 쌀쌀해지는 음력 시월이 되면 옛 사람들은 ‘난로회’라는 쇠고기 먹는 모임을 즐겼다. 그뿐 아니라 농사지을 소가 모자랄 정도로 쇠고기를 탐했다. 선조들의 유별난 한우사랑을 알아본다.

　고려시대에는 쇠고기를 많이 먹지 않았다. 살생을 죄악시하는 불교의 영향과 소는 사람 대신 땅을 갈고 짐도 운반해주는 동물이라 여겨 육식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육식 문화는 원나라의 지배를 받으면서 지배층 사이에서 싹텄고, 조선시대 들어 퍼졌다.

　쇠고기가 조선 초기부터 사대부들에게 인기를 끈 것은 중국의 고사(故事) 영향이 크다. 특히 소의 심장(염통)을 얇게 저며 양념간장으로 간을 해 구운 ‘우심적(牛心炙)’은 사대부들에게 최고로 꼽혔다. 진(晉)나라의 명필 왕희지가 두각을 나타내기 전, 재능을 알아본 명사가 왕희지를 대접하며 내놓은 음식이 바로 우심적이다. 이 때문에 사대부들은 우심적을 명예로운 음식으로 여겼다.

　더불어 인기를 끌었던 ‘설야멱(雪夜覓)’은 송나라 고사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송 태조가 눈 내리는 밤(설야·雪夜), 신하이자 친구인 조보를 찾아가(멱·覓)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이야기다. 설야멱은 쇠고기를 굽다가 찬물에 살짝 담갔다가 다시 익히는 구이법으로, 이렇게 하면 겉이 타지 않고 속까지 잘 익는다.

　양민들까지 쇠고기에 맛을 들이자, 곳곳에서 소 도살과 절도가 횡행한다. 결국 농사지을 소마저 모자라는 지경에 이르자 태조 7년(1398)에는 소 도살을 금지하는 우금령이 내려진다. 저절로 죽은 소만 신고 후 세금을 내고 매매할 수 있었으나 멀쩡한 소를 죽여 놓고 병사했다는 신고가 비일비재했다.

　적발돼도 벌금인 ‘속전’을 내면 그만이었다. 우금령이 무색할 정도로 한양에는 수십개의 푸줏간이 성업했다. 유교의 정착과 제례음식의 발달로 쇠고기 요리도 다양해졌다. 갈비찜·가리구이(갈비구이)·너비아니·육전 등의 조리법이 개발됐다.

　◇참고서적=<조선의 탐식가들>(따비)

　강건우 기자 g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