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과거엔 정부가 ‘보이는 손(?)’까지 동원해 저축, 특히 가계저축을 늘리고자 노력한 경험도 있으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저축이 늘었는데 반기는 기색은 별로 없다. 과도한 절약이 소비와 투자활력을 훼손한다고 봐서다. 하지만 가계를 탓할 게 아니다. 최근의 저축 증대는 가계의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의 결과다. 가계의 부채부담, 노후대비, 불확실성 등이 저축증대로 연결됐다.
이러한 거시경제 논리와 더불어 최근 계속된 저금리로 저축의 가치는 많이 훼손됐다. 하지만 가계 입장에선 저축은 여전히 투자와 함께 ‘부(富)’를 완성하는 두 바퀴 가운데 하나다. 내로라하는 세계 큰 부자들의 공통분모는 저축과 투자다. 한손에 저축통장을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투자자산을 주무르는 식이다. 저축이 수비수라면 투자는 일종의 공격수인 셈이다.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당연히 1순위는 저축이다. 투자 없는 저축도 답답한 노릇이지만, 저축 없는 투자야말로 사상누각(沙上閣)이요, 누란지위(卵之危)인 까닭에서다.
자산운용을 말하면 주식과 부동산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확실하게 이자를 챙겨주는 은행은 정작 후순위다. 왜일까. 이자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은 떼일 염려가 적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안전·건전·신뢰’가 은행의 대표적인 장점이다.
자산운용의 핵심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빨리 시작해 오래 굴리는 것’이다. 승패는 출발 시점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젊었을 때부터 재무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해야 노년이 행복해진다. 40~50대라도 늦었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포기보단 언제든 시작하는 게 백번 낫다. 시간과 노력을 더 들이면 잃었던 과거 중 조금은 되돌릴 수 있다. 그렇다고 조바심을 내면 안 된다. 무리하면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 몸은 빨리 나서되 마음은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 무리한 투자보다는 저축 비중을 늘리겠다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려면 은행과 친해져야 한다. 초저금리에서도 은행의 순기능은 분명 존재한다. 자동이체를 이용해 강제 저축을 하는 데 편리하다. 적금을 일종의 세금처럼 생각하란 얘기다. 넣을까 말까 미룰 짬도 없이 돈을 은행에 맡기는 탓에 저축 통장을 깰 확률도 그만큼 적어진다. 그러고 남는 돈을 쓰는 게 차라리 속 편하다. 가능하다면 수입의 절반 이상을 눈 딱 감고 넣자.
투자를 하려면 종잣돈이 필수다. 종잣돈은 저축 없이 모을 수 없다. 돈이 돈을 부른다. 일정한 규모의 자산을 모으면 큰 노력(?) 없이 부(富)를 불리고 유지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돈은 자기복제 능력이 있다. 단위가 크면 클수록 벌어오는 액수가 많다. 1000만원의 2%는 20만원이지만 1억원의 2%는 200만원, 10억원의 경우 2000만원이다. 거액인 만큼 주어지는 혜택과 기회도 많다. 부자들은 돈이 돈을 부르는 기분 좋은 선순환에 익숙하다. 종잣돈이야말로 이 혜택을 받는 비밀의 열쇠다. 쏟아지는 돈다발을 봐도 주워 담을 자루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종잣돈이 없으면 부자가 될 기회 자체를 잃어버린다.
저축은 뿌리요 투자는 줄기다. 뿌리가 튼실하고 굳건할 때 줄기와 열매도 탄탄하고 내실이 차는 법이다. 차근차근 진행해야 무리가 없듯이 준비 없는 투자는 무모하다. 착실하게 종잣돈을 모은 뒤 신중히 투자해야 승률이 높아진다.
‘은행이 최고’라는 식의 투자개념도 문제지만 ‘은행≠재테크’의 고정관념도 금물이다. 저축력을 키우는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더불어 은행 상품 정복도 필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