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발효된 술에 용수를 박아 맑은 술을 거르는 모습.
◆전통주는 어떤 술을 말하나?
흔히 역사가 오래된 술을 전통주라고 생각하는데, 전통주의 정확한 뜻은 뭘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한 나라나 지역 등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양조법으로 만든 술’로 나와 있다. 그러나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전통주를 ▲중요무형문화재와 시·도 지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 ▲주류 부문의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지역특산주) ▲예로부터 전승되어 오는 원리를 계승·발전시킨 술로 정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전통주의 범위는 상당히 넓어진다. 이름처럼 전통이 오래되지 않아도 이 중 한가지 기준에 부합한다면 전통주가 될 수 있다. 국산 농산물로 만든 와인이 전통주에 포함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약주와 청주의 차이는?
“오랜만에 약주 한잔 할까?” 여기서 약주(藥酒)는 술을 점잖게 이르는 말이다. “인삼이 들어간 몸에 좋은 약주 드세요.” 이때는 말 그대로 약이 되는 술이다. 조선시대엔 가뭄이나 흉년이 들면 금주령을 내렸는데 약으로 마시는 술은 예외였다. 그래서 금주령을 피하기 위해 약주를 빚으면서 약주라는 말이 널리 통용됐다. 이처럼 약주는 여러 의미로 쓰이지만, 현재 주세법상으로는 ‘맑은 술’로 분류된다. 쌀·보리 등 곡류에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뒤 맑게 거른 술을 약주라 하는 것.
한데 약주에는 우리 전통주의 아픈 역사가 얽혀 있다. 맑게 거른 술은 원래 ‘청주(淸酒)’라 불렀으나, 일제시대 때 주세법이 시행되면서 일본식 청주와 구분하기 위해 전통 청주를 약주라는 이름으로 통일해버린 것. 이는 현재의 주세법에도 이어져 일본식으로 만든 맑은 술은 청주, 전통식으로 빚은 맑은 술은 약주로 분류된다. 주세법상 청주는 누룩을 쌀 총 무게의 1% 미만만 넣도록 돼 있어 누룩이 많이 들어가는 전통 청주는 청주라 부를 수 없다.
◆탁주·막걸리·동동주는 같은 술일까?
발효시킨 술을 맑게 거르면 약주나 청주가 되고, 거칠게 거르면 탁주가 된다. 또 약주나 청주를 증류하면 증류식 소주가 된다. 탁주에는 막걸리와 동동주가 있다. 발효가 완전히 되기 전 고두밥의 밥풀이 동동 떠 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떠낸 술이 동동주이고, 밥풀이 모두 가라앉은 것을 짜낸 술이 막걸리다.
◆전통주를 직접 빚거나 팔아도 되나?
집에서 빚은 술을 ‘가양주(家釀酒)’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명절이나 중요한 날이면 집에서 술을 빚곤 했다. 우리 전통주의 종류가 다양한 것은 집집마다 다른 술을 빚는 가양주 문화가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제시대 때 자가 양조를 금지하는 주세령으로 가양주 문화가 사라지면서 전통주는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러다 전통주가 다시 관심을 모으면서 1995년부터 개인이 자가소비용으로 술을 만드는 것은 허용이 됐다. 물론 상업적으로 판매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소규모 전통주류 제조면허 제도가 신설돼 내년부터는 음식점 같은 소규모 식품영업장에서는 전통 탁·약주를 직접 제조해 팔 수 있게 됐다.
◇참고 도서=전통주(대원사), 막걸리 소믈리에 상온(좋은땅)
김봉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