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마음과 정성을 담은 선물은 뭐가 좋을까?’

　추석을 앞둔 이맘때면 늘 찾아오는 고민입니다. 그러나 선물에 마음과 정성을 담기란 쉽지 않습니다. 여기, 독자 여러분들을 대신해 생산부터 포장까지 마음과 정성을 담아낸 특별한 선물이 있습니다.

　바로 ‘명품(名品)’이라 불리는 선물인데요, 아! 오해는 마세요. 외국의 유명한 명품 브랜드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무조건 비싸다고 명품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건강에 좋은 우리 먹거리 가운데 전국의 내로라하는 유통업체들이 먼저 알아보고 ‘명품’이라 이름 붙인 상품들을 엄선했습니다. 보통의 상품들과는 차별화된 무언가가 있고, 만드는 이의 남다른 손길이 더해진 상품들입니다. 올 추석, 흔한 선물이 아닌 특별한 선물을 찾는다면 이런 명품은 어떨까요?



　충남 청양농협 멜론공선회 ‘뜨라네 명품 칠갑산멜론’

　볏짚·유기질비료로 재배…당도 높고 ‘탱탱’

　“멜론에 흠집이 있는지, 그물 모양에 문제가 없는지 매일 자정을 넘겨가며 꼼꼼히 확인합니다.”

　본격적인 추석 선물세트 판매를 앞둔 2일, 최우수 등급의 멜론을 골라내 금띠를 두르고 ‘명품’ 스티커를 붙이는 농업인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촘촘한 그물 모양, 2㎏의 무게, 15브릭스(Brix) 이상의 당도.’ 충남 청양농협 멜론공선회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세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특’ 멜론을 골라 <뜨라네 명품 칠갑산멜론>을 꾸린다.

　감히 명품이라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선회장인 김영래씨(50)가 지난 7월 농협중앙회가 선정한 ‘우리 농산물 명인·명작 30선’에 멜론 재배 농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기 때문. 그가 추구하는 유기농법이나 특품을 골라내는 안목은 공선회에 소속된 14농가가 모두 공유하고 있다. 농협하나로클럽에서 4개들이 한상자 가격이 일반 멜론의 2배에 이르는 7만원대지만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손길은 꾸준하다.

　맛의 비결은 우분을 발효시킨 유기질 비료와 볏짚을 사용하는 농법에 있다. 땅에 묻어 둔 볏짚이 비료의 유기성분을 꽉 잡아주는 덕분에 멜론 과육이 한결 탱탱하고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 매달 한번씩 공선회에 속한 농가 전체가 농업기술센터 전문가와 종묘회사 관계자를 초청해 토양을 점검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도 품질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다. 또 비파괴 당도측정기로 단맛을 측정해 15브릭스 이하의 멜론은 과감히 출하 일정을 연기한다.

　공선회가 생긴 지 5년 만에 입소문이 자자하게 퍼졌다. 충남도지사 추천 농산물과 농촌진흥청의 ‘탑과채’로 선정됐고, 농협중앙회 멜론 대표 브랜드 ＜K-멜론＞에도 상품(上品)과 특품을 납품한다. 또 합리적 가격에 우수한 품질의 멜론을 담은 자체 브랜드 <멜로츠>(4개들이 4만5000원)도 롯데마트에 공급하고 있다. 달콤한 향과 맛은 물론 따뜻한 농심(農心)이 밴 과실에 ‘명품’ 인증으로 품격까지 갖춘 멜론이 둥그런 추석 보름달을 닮았다. ☎041-942-1117

　청양=김해대, 사진=김병진 기자 hdae@nongmin.com



　경북 울릉군 전통 한우 ‘울릉칡소’

　산야초 먹여 키운 ‘약소’…느끼함 없이 고소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 등장하는 ‘얼룩백이 황소’는 홀스타인 젖소가 아닌, 전통 한우 ‘칡소’를 가리킨다. 칡소는 누렁 검정 무늬가 어룽어룽하게 있고, 멀리서 보면 몸 전체가 칡 색깔로 보여 붙은 이름이다. 한때 명맥이 끊길 뻔도 했던 칡소가 이제는 명절 선물계의 명품으로 돌아왔다.

　칡소를 명품으로 탄생시킨 곳은 바다 건너 울릉도다. 경북 울릉군은 2005년부터 칡소특화단지를 조성, 육지의 산간오지를 수소문해 칡소 30마리를 들여왔다. 농가에 보급하는 한편 철저한 혈통관리를 병행해 현재 울릉도 내 칡소는 약 400마리에 달한다. 전국 1600마리 중 지역적으로 가장 많은 마릿수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칡소 대부분이 울릉도산으로 파악될 정도.

　2012년 설립된 울릉칡소영농조합법인은 <울릉칡소> 브랜드로 명절이면 선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등심·안심·채끝스테이크 등으로 구성된 <울릉칡소명품세트>(4.2㎏)의 판매가격은 78만원(롯데백화점 기준)으로 꽤 비싸다. 하지만 매년 ‘완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울릉칡소>가 높은 가격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준현 울릉칡소영농조합법인 총무는 “청정섬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부지깽이나물을 비롯해 여러 산야초를 먹인 <울릉칡소>는 먹으면 약이 되는 ‘약소’”라고 강조한다. 게다가 방목에 가깝게 농장주들이 자식처럼 키워 소가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 일반 한우에 비해 맛이 고소하고 느끼하지 않은 것 또한 인기 비결이다.　

　단지 희소하고 비싸다고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명품에는 남다른 의미와 역사가 깃들어 있기 마련. 2013년 칡소는 ‘맛의 방주’ 목록에 등재된다. ‘맛의 방주’는 국제슬로푸드생물다양성재단이 잊혀져가는 음식의 맛을 재발견하고 멸종 위기에 놓인 종자와 품목을 찾아 기록하는 사업이다.

　이처럼 진정한 명품이 가지는 탁월한 품질과 고고한 역사의 흔적, 그리고 변하지 않는 가치가 칡소에 담겨 있다. 올 추석 특별한 선물로 <울릉칡소>를 눈여겨보자. ☎054-791-1447

　강건우 기자 gun@nongmin.com



　경기 포천 한과명장이 만든 ‘명인 김규흔 한과’

　천연재료 사용해 달콤하고 깊은 맛

　“이름을 걸고 만드는데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제품 하나하나에 혼을 담고 있습니다.”

　경기 포천에서 <명인 김규흔 한과>라는 브랜드로 한과를 만드는 김규흔 신궁전통한과 대표(63). 35년간 땀과 정성으로 빚어온 그의 한과에 ‘명품’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2005년 전통한과 식품명인이 된 데 이어 2013년엔 대한민국 한과명장 1호로 지정돼 한과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또 2000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 세계 정상들에게 한과를 선보이는가 하면 2007년 설과 추석엔 대통령 선물세트로도 납품했다. 그뿐 아니라 홍삼꿀약과·초코유과 등 170여종의 한과 개발, 천연성분 개발로 유통기한 연장,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 설립 등 한과의 대중화·세계화를 위해 앞장서왔다.

　그의 화려한 이력보다 더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것은 한과의 맛과 품질. 그의 한과는 재료부터 남다르다. 국산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녹차가루·복분자가루 등 천연재료로 색을 낸다. 또 한과를 버무릴 땐 설탕 대신 쌀조청을, 튀길 땐 유채씨기름이나 미강유를 쓴다. 자연 재료를 이용한 만큼 달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특징이다.

　포장도 명품으로서 손색이 없다. 낱개로 포장하면서 유통기한을 6개월까지 늘려 매년 명절이면 농협유통·신세계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 고급 선물로 애용되고 있다. 선물세트 상품은 모두 17가지. 그중 약과·유과·엿강정·다식 등이 3단으로 구성된 ‘특선’ 상품은 농협하나로클럽에서 <명품 선물세트>(20만원)로 판매되고 있다.

　“전통방식으로 만든 한과는 외국 과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건강식품입니다. 명인이자 명장으로서 한과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시키는 것이 꿈입니다.”

　올 추석엔 장인이 만든 명품 한과를 맛보며 전통 과자인 한과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선물에는 김규흔 대표의 ‘한과 사랑’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www.shinkung.co.kr

　포천=김봉아, 사진=김병진 기자 bo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