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 장면 1=A씨는 피해자가 중앙선을 넘어 추월했다는 이유로 500m가량 추격하며 진로방해를 하고 피해차량 앞에서 급정지하는 등 보복운전을 했다.

　# 장면 2=B씨는 고속도로에서 피해차량이 1차로에서 천천히 간다는 이유로 상향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며 피해차량 앞에서 급제동 했다.

　

　경찰청이 7월10일부터 8월9일까지 보복운전을 집중 단속한 결과 잡힌 273건의 사건 중 일부이다. 보복운전의 발생 원인으로는 ‘진로변경(47.6%)’이 가장 많았고, ‘경적·상향등 사용(27.1%)’ ‘서행운전(8.1%)’ 등이 뒤를 이었다. 가해자들은 ‘고의 급제동(53.5%)’ ‘차량으로 미는 행위(16.8%)’ ‘진로 방해(9.2%)’ 등의 순으로 피해자들을 위협했다.

　어떤 심리로 가해자들은 보복운전을 했을까.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심리학 박사)은 “운전자가 내리는 해석에 따라 분노의 크기가 달라지고, 분노를 조절할 수 없을 때 보복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내 차 앞으로 어떤 운전자가 깜빡이도 안 켜고 끼어들어요. 이때 두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이 차가 나를 무시하고 위협한다’가 하나고, ‘저 사람 운전 잘 못하네. 면허 딴 지 얼마 안 됐구나’가 다른 하나예요. 전자는 상대가 나를 공격하는 것으로, 후자는 실수한 것으로 해석하죠.”

　차선변경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하면 분노를 느끼게 된다. 게다가 평소 자주 화를 내는 사람은 ‘모름지기 사람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당위적 신념’이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앞을 끼어든 사람은 잘못을 했고, 그러니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므로 분노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오 선임연구원은 ‘익명성’도 보복운전의 원인으로 꼽는다. 차량 안에 있으면 상대 운전자를 직접 보거나 마주하지 않으므로, 차량을 사람이 아닌 단순 방해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이 운전하다가 “저 차 왜 저래”라고 얘기하지, “저 사람 왜 저래”라고 얘기하지 않는 게 단적인 예다.

　보복운전을 예방하려면 양보운전을 하며 다른 차량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도로상에서 실수를 하면 비상등을 켜거나 손짓을 하며 먼저 사과한다. 특히 차선을 변경할 때 깜빡이를 켜자마자 들어가기보다는 한두대 정도 보낸 후 차선을 변경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기다린 만큼 뒤따르는 차량은 깜빡이를 켠 차량이 손해를 봤다고 여기고, 양보할 확률이 높아져서다.

　보복운전을 하는 차량을 만났을 때는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안전한 구역에 정차한 후 경찰을 부르는 등 도움을 요청하는 게 바람직하다.

　강건우 기자 g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