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분노는 소망하는 것과 실제 사이의 불일치에서 생긴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일부 사람들은 고함을 치고 물건을 부수거나 누군가에게 따진다. 또한 분노는 우울·강박·중독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형태로도 존재한다.

　어떤 형태의 분노든 이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한국심리상담연구소의 김인자 소장(서강대 명예교수)을 만나 그 해법을 들어본다.



　“더우면 몸에 땀이 나는 것처럼 분노도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분노를 우리 몸의 신호로 여기고 적절히 대처하면 문제가 없는데, 다만 그 방법을 모를 뿐이죠.”

　김인자 소장은 분노를 부정적으로 바라봐 개선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덧붙여 인간의 밝은 면을 부각하고 강화하는 게 분노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핸들을 돌려 차를 몰듯 우리 몸을 밝은 행동 속으로 밀어 넣으면 분노를 일으키는 생각에 집중할 수 없어요. 생각에 따라 신체 반응도 변해요. 화가 나서 뒷목이 뻣뻣해지고 얼굴이 붉어지는 등의 증상이 줄어듭니다.”

　지나친 분노로 문제가 있음을 느낄 때 자신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행동인 운동·미소짓기·기도·독서·음악듣기 등을 시도하라는 것. 예컨대 헤어진 남자가 몰던 차량 색상이 빨간색이면, 한동안은 빨간색 차만 보아도 화가 치밀어오른다. 이때 운동 삼아 손뼉이라도 치면 생각이 분산되고 화는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싸움으로 넌더리난 부부가 찾아온 적이 있죠. 부부는 기부하는 것을 기쁨으로 여겼어요. 그래서 화날 때마다 기부할 돈을 항아리에 넣으라고 했죠. 그들은 돈 넣으러 가는 동안 화가 누그러졌대요.”

　하지만 김 소장은 “분노를 통제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신호로 분노는 필요하다. 분노를 드러낼 때 가장 중요한 단어는 ‘때문에’가 아닌 ‘때’이고 ‘당신’이 아닌 ‘나’이다. ‘당신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다’라고 소리칠 게 아니라, ‘이런 상황일 때, 나의 감정은 이러하다’라고 말하라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이러한 화법을 ‘나 전달법’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전화를 받지 않는 가족에게 “휴대폰 있으면 뭐하나? 전화도 안 받고. 전화기를 부숴버리든지 해야지!”라고 고함을 지르면 관계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여러번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을 때 나는 정말 섭섭하고 서운했습니다”라고 말하면 자신의 감정과 상대에게 원하는 행동을 적절히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거울을 보고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맺힌 분노가 풀리는 데 도움된다.

　김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비롯한 여러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기술이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서투르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는 설명이다.

　“나의 행동과 감정은 모두 나의 선택이고, 이러한 선택의 목적은 단 하나예요. 바로 행복하기 위해서죠. 현재의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감정을 사용하고 행동을 이끌어 가세요. 미래가 행복해지고 희망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강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