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여름철이면 사람들은 바람을 만든다. 바람은 땀을 빨리 마르게 해 체온을 낮춰주고 몸 주변의 뜨거운 공기도 밀어내기 때문. 바람을 일으킬 땐 주로 도구를 사용하는데, 부채로 시작해 선풍기, 에어컨 등으로 발전해왔다.

　가장 오래된 도구 ‘부채’

　부채는 순수한 우리말로 ‘(바람을) 부치는 채’라는 뜻이다. 부채의 역사는 인류문명과 궤를 같이한다. 선사시대 동굴이나 무덤의 벽화에도 부채가 그려져 있는데 주로 큼직한 나뭇잎이나 깃털을 엮은 모양을 하고 있다. 현존하는 부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이집트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발견된 타조털 부채. 이 부채는 33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채의 종류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새의 깃털로 만든 깃털부채(우선·羽扇)와 자루에 부챗살로 비단 또는 가죽을 둥글게 붙인 방구부채(원선·圓扇),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쥘부채(접선·摺扇)가 그것. 깃털부채는 주재료에 따라 공작새 날개를 이용한 경우에는 ‘공작선’, 수꿩 꼬리의 깃털로 만들었으면 ‘치미선’ 등으로 불린다. 방구부채는 부챗살의 모양·무늬에 따라 구별된다. 자연의 조화를 의미하는 태극 모양이 그려진 ‘태극선’이 대표적이다.

　쥘부채는 접었다가 펼 수 있는 것으로 손으로 쥐기 쉽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부챗살과 대나무를 풀로 합쳐 만들었다 해서 ‘합죽선’이라고도 부른다.

　동력으로 바람 일으키는 ‘선풍기’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됐다. 선풍기는 사람의 손대신 동력이 날개를 회전시켜 바람을 일으킨다. 현재와 같이 전기로 움직이는 선풍기는 1882년 미국의 에디슨이 최초로 만들었다. 20세기 들어 상용화됐으나 당시에는 날개를 금속으로 만든데다 보호망마저 허술해 아이들이 손을 다치는 사고가 잦았다고. 이후 20세기 중반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이 대량 생산·보급됐으며, 최근에는 날개 없는 선풍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베르누이의 원리’를 적용한 것으로, 공기의 압력차를 이용해 바람을 일으킨다.

　선풍기는 편리한 냉방기구이지만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과열로 인한 화재사고가 종종 발생해서다. 이를 예방하려면 우선 선풍기에 쌓인 먼지를 잘 닦아주는 게 중요하다. 먼지는 모터의 과부하를 유발하는데다 불쏘시개 역할도 하기 때문. 청소할 때에는 덮개와 날개뿐만 아니라 모터 부분의 먼지도 제거해준다.

　기화열로 바람 내뿜는 ‘에어컨’

　최근 들어서는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에어컨이 많이 쓰인다. 에어컨의 작동원리는 기화열에 의한 냉각이다.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현상을 이용한 것. 에어컨 내부에서는 액체 상태의 냉각제를 기체로 바꿔 차가운 공기를 만든다. 이 공기는 팬이 돌아갈 때 기기 밖으로 내보내지는데, 이것이 우리가 맞는 에어컨 바람이다.

　요새는 에어컨 없는 집이 드물다지만 마음 놓고 사용하기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전기요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 따라서 에어컨을 구입할 때에는 에너지소비효율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에너지소비효율은 1~5등급으로 나뉘어 있으며, 낮을수록 효율이 좋다. 이와 함께 냉방면적도 고려해야 한다. 사용할 공간의 크기와 성격에 맞는 제품을 사야 냉방효과와 소비전력을 최적화할 수 있다.

　가정에서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지 않은 경우 우선 필터를 물로 씻어주고 실외기 등에 쌓인 먼지를 제거한다. 냉각제 보충은 그다음에 생각해볼 만하다. 정상적으로 설치된 에어컨이라면 냉각제가 새어 나가지 않으므로 충전할 필요가 없다.

　김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