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오감으로 표현한 우리말 바람=북풍(北風)은 우리말로 ‘된바람’이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표현하기 위해 모질다는 의미의 ‘되’를 바람에 붙였다. 초봄에 아침저녁으로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피죽바람’으로 불린다. 이 바람이 불면 비가 내리지 않아 풀로 쑨 죽도 먹기 힘들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큰 바람이 불기 전 먼 산에 구름같이 끼는 보얀 기운에는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람꽃이 생기면 뱃사람들은 고기잡이를 안 나갔고 농민들은 농작물이 피해 입을까 노심초사했다. ‘보라바람’은 산꼭대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눈보라처럼 거침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외국 바람에는 무슨 사연이?=허리케인과 윌리윌리, 사이클론의 차이는?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 이 바람들은 모두 ‘태풍’과 한 가족이다. 열대지방에서 생긴 저기압인 태풍이 미국 쪽으로 진출하면 ‘허리케인’, 호주 사막에서 바람을 일으키면 ‘윌리윌리’, 인도지방에 영향을 끼치면 ‘사이클론’이 된다. ‘무역풍’과 ‘먼로풍’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바람도 있다. 무역풍은 대항해시대 유럽과 신대륙을 잇는 무역선이 이용했던 바람이고, 먼로풍은 도심에서 갑자기 솟구치는 바람을 의미한다. 지하철 환기구 위에 서 있던 마릴린 먼로의 치마를 들춘 바람처럼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부는 바람을 뜻하는데 상황과 재치가 녹아있는 표현이다.
◇도움말=국립국어원, 기상청
김해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