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스마트폰,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전화다.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듯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활용도는 무궁무진해진다. 책과 영화를 보고, 실시간으로 뉴스를 전달받고, 친구·가족과 대화도 나눈다.

　수년 전 유행하기 시작한 스마트폰은 어느새 우리 삶 속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80.4%. 2011년 45.4%에 견줘 3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어떤 상품이 조금씩 유행하다가 일정 임계치를 넘어서면 폭발적으로 보급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이 그렇다. 최재용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장은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됐고, 농사에 이용하는 등 스마트폰 바람이 불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직은 조금 어설프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농촌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본다.　

　군위·홍성·광주=강건우, 사진=김병진 기자 gun@nongmin.com

　#멧돼지가 나타났어요!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마을 주민들

　경북 군위군 부계면 팔공산능금 정보화마을 주민들이 주고받은 대화로, 스마트폰 앱 ‘카카오톡’으로 사진과 문자를 실시간으로 공유한 것이다.

이 마을은 2003년 정보화마을로 지정된 이래 컴퓨터와 인터넷 교육만 해왔으나, 시대 흐름에 발맞춰 올해 초 3시간씩 2차례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마을 주민들은 익숙해지는 데 조금 힘들었지만 스마트폰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70여 가구 대부분은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과수원에 이름 모를 병해가 나타나면 과거엔 이웃 주민을 데려와 보이거나 원예지도사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 전송한다. 상황이 그대로 전달돼 무척 편리하다고 말한다.

　그뿐 아니다. 주민들은 마을 뒷산의 풍경이나 작물이 자라는 모습 등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이웃과 공유하며 기쁨을 나눈다. 도시에 떨어져 사는 자녀들의 일상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카카오톡으로 받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문득 쓸쓸할 때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름을 달랠 수 있어서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하게 ‘마을 방송’

　논에 들어선 박창신 원와마을 이장(54·충남 홍성군 갈산면)에게 한통의 메시지가 온다. 박 이장은 스마트폰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메시지를 보면서 천천히 읽어나간다. 동시에 이장의 목소리가 온 마을에 퍼진다.

　“아아, 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농기계구입자금 신청 기한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예전 같으면 박 이장이 면사무소로 차를 몰고 가 문서를 가져온 후, 마을회관에서 마이크를 들고 방송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급한 공문은 면사무소 직원이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보내주니, 논 한가운데에서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 구축된 ‘무선 마을방송 시스템’으로 어디에서나 주민들에게 방송할 수 있다. 마을회관에 설치된 무선 모뎀에 전화를 걸고 설정된 비밀번호를 스마트폰으로 입력한다. 그리고 전달사항을 읽으면 음성이 엘티이(LTE·초고속통신망) 모뎀을 거쳐 마을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홍성군이 추진 중인 무선 마을방송 시스템은 현재 군내 109개 마을에 설치됐고, 주민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올해 말까지 180여곳으로 확대 설치될 예정이다.

　#스마트폰 속 이웃사촌 덕에 송아지 살렸어요

　귀농 초보 축산인 김미경씨(45·경기 광주시 곤지암읍)는 스마트폰 앱 ‘밴드’ 덕에 송아지 ‘뚝뚝이’와 ‘땡강이’를 살렸다. 밴드는 스마트폰으로 글과 사진을 공유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일종이다.

　소를 키운 지 5년째인 올봄, 김씨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는다. 뚝뚝이 어미는 조산으로 죽어버리고, 땡강이 어미는 땡강이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만한 다른 이웃은 없었고 수의사를 찾을 겨를도 없었다.

　이때 그녀는 손에 들려 있던 스마트폰을 켰다. 전국 각지의 축산인 1300여명이 활동하는 밴드 ‘한우 모임방’에서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오들오들 떠는 송아지들을 어떻게 보살펴야 할지, 글을 밴드에 남기자 수십개의 답변이 순식간에 쏟아졌다. 최근엔 밴드 회원들의 조언과 격려 덕에 베일러도 구입했다. 낫으로 풀을 베어 소를 먹이던 그녀가 이제 홀로 농기계를 작동해 풀을 베고 일명 공룡알로 불리는 곤포사일리지도 너끈히 만들어낸다. “스마트폰 덕에 송아지도 살리고 초보 축산인 티도 조금 벗은 것 같습니다.” 김씨는 오늘도 스마트폰과 함께 축사로 향한다. 든든한 1300여 이웃사촌과 함께하기에 그녀는 못 해낼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