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이 같은 장발장들이 수없이 많다. 100만~200만원의 벌금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 갇히는 사람이 매년 4만명이 넘는 것. 이들에게는 가난 그 자체가 형벌이요, 가난 때문에 사회에서 격리된다.
최근 현대판 장발장을 구제하기 위해 시민단체인 인권연대와 각계각층 인사들이 모여 ‘장발장은행’을 설립했다. 죄질이 나빠서가 아니라 오직 벌금 낼 형편이 못 되어서 교도소에 가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다. 미성년자·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이 지원 대상으로, 파렴치범이나 상습범은 제외된다. 대출 신청자 대부분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거나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사람들이다.
신청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대출이 결정되면 최대 300만원의 돈이 이들에게 지원된다. 빌린 돈은 6개월 거치 후 1년 동안 균등 상환할 수 있다. 재원은 모두 시민의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장발장은행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줄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으나, 다행히 시민들의 성금이 이어져 이미 17명이 지원받았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은 출옥 후 어느 교회에서 은접시를 훔치다가 발각된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주교는 남은 촛대까지 장발장에게 건네며 새 삶의 기회를 주고 결국 장발장은 개과천선한다. 장발장은행의 대출금은 장발장에게 건네는 은촛대와 같다. 시민의 성금이 가난 때문에 빼앗길 뻔한 자유를 지켜내고 새 삶의 길로 안내한다. ☎02-2273-9004.
강건우 기자 gun@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