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TV 리모콘만 누르면 음식, 요리, 혹은 맛집을 소개하는 ‘먹방(음식 먹는 방송)’이 넘쳐난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가정에서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직접 만들어 보면서 즐기는 ‘요리 예능’이 오락 프로그램의 새로운 한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선 공중파에서는 목요일 밤 예능을 대표하는 KBS2 <해피투게더>(목요일 오후 11시10분)의 ‘야간매점’ 코너가 혼자 해먹을 수 있는 간단한 야식을 소개해 인기를 모았다. 지금은 코너가 폐지됐지만 지금도 네티즌 사이세서는 화제가 되고 있다. 방랑식객으로 잘 알려진 유명 요리사 임지호가 전국을 찾아 소박하고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SBS의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일요일 오전 8시20분)도 휴일 아침인데도 8%대의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젊은층에게는 케이블TV와 종편채널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방송된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월요일 오후 9시40분)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올리브TV의 <신동엽·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매주 월·목요일 낮 12시/오후 8시)가 대표적이다. 특히 농촌에서 무대를 어촌으로 옮긴 tvN의 <삼시세끼 어촌편>(금요일 오후 9시45분)은 첫회부터 9.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같은 시간 방영되는 지상파·유선방송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농촌을 포함한 전국 유료방송 서비스 가입률이 92%에 육박하는 현실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방송국 스튜디오로 직접 공수해 온 스타의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정통 셰프(요리사)들과 홍석천, 만화가 김풍 등 8명이 15분 만에 요리를 만들어내고, 맛을 평가하는 대결이다. 짧은 시간에 ‘자투리타타’ ‘삼겹살 플레이트’ 등의 메뉴가 탄생하는 과정과 함께 사회자인 김성주·정형돈을 비롯한 출연자들의 입담이 흥미진진하다. 먹다 남긴 치킨·족발이 가득한 중국 자취생 장위안부터 전세계의 산해진미가 가득한 탤런트 소유진까지, 스타들의 냉장고 속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동엽·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는 요리 생초보인 개그맨 신동엽과 요리에 능한 가수 성시경이 집밥의 고수나 유명한 셰프를 초청해 쉽게 만들 수 있는 ‘집밥’ 메뉴 만들기를 배운다. 저렴한 재료로 복잡한 계량 없이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해준다. 심지어는 요리를 망쳐도 ‘마법의 가루(미원)’로 해결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이 때문에 요리에 서툰 20대 시청자들의 호응이 높다.

　<삼시세끼-어촌편>의 무대는 목포에서 배로 최장 6시간을 가야 닿는 만재도. 출연자들은 농촌보다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밥상을 차려내기 위해 악전고투한다. 요리와 설거지를 척척 해내는 차승원,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며 능청을 떠는 ‘돼크라테스(돼지+소크라테스)’ 유해진의 호흡이 시청자들에게 폭소와 감동을 선사한다.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현실의 어려움을 잠시나마 잊어보려는 바람이 이런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평론가 차우진씨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리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 데에는 젊은 1인가구가 30대 중후반까지 확대된 영향이 크다”면서 “따뜻한 한끼를 원하면서도 취업준비와 다이어트 등으로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은 청춘들에게 포만감을 선사하고, 유명 연예인이 서툰 솜씨로 요리하는 것을 보면 ‘나도 이만큼은 할 수 있겠다’는 작은 성취감까지 덤으로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위안과 위로가 필요한 시대라는 또 다른 방증일 것이다.



　●인기모은 요리는…

　각종 요리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은 음식들이 있다. 이들 요리의 특징은 만들기 쉽고, 재료 구하기도 편리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다는 점. 대표적인 음식을 소개한다.



　○‘냉장고를 부탁해’ 자투리타타

　냉장고 속 자투리 재료와 이탈리아식 오믈렛인 ‘프리타타’를 합성해 만든 이름이다.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는 파프리카·양파·버섯·방울토마토·마늘·팽이버섯·베이컨 등의 재료를 썰어 볶는다. 그다음 프라이팬에 풀어둔 달걀과 명란젓·치즈(없으면 안 넣어도 됨)를 부은 후 뚜껑을 덮고 익혀주면 된다. 프라이팬 하나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간편요리로, 달걀말이와 달걀찜을 합쳐놓은 듯한 촉감에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신동엽·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 두부조림

　두툼하게 썰어 부친 두부에 삼삼 하게 간을 한 양념장을 넉넉하게 넣어 졸이다 완성할 무렵 두부 위에 달걀을 깨준다. 노른자가 익기 전에 불을 끄는 것이 포인트. 신동엽의 어머니가 즐겨 만드는 반찬이란다. 달걀의 고소한 맛이 양념의 짠맛을 줄여줘 국물이 짜지 않아 밥반찬은 물론이고 밥을 비벼먹기에도 그만!

　류수연 기자 capa74@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