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조리는 조선시대의 백과사전 격인 <임원경제지>에 석미추(淅米 )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과거엔 곡식을 수확한 후 풍구를 이용해 먼지와 쭉정이 등의 이물질을 걸러냈다. 하지만 풍구는 그 이름처럼 바람을 이용한 것으로 무거운 돌 같은 이물질은 골라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가정에서는 밥을 하기 전에 반드시 돌을 걸러내는 조리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바가지에 쌀과 물을 담고 조리를 한 방향으로 저으면 원심력이 생긴다. 이때 가벼운 쌀이 떠오르면서 조리에 차곡차곡 담긴다. 쌀을 모두 떠내고 나면 바닥에 돌만 남는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조릿대를 이용하는 전통 방식의 조리는 1970년대 들면서 사양길에 접어든다. 값싼 플라스틱 조리가 보급되기 시작한 게 결정적 요인이다.
게다가 도정기술이 발달하면서 곡식에 돌이 섞이는 일도 드물어지니 조리를 쓸 일도 점차 없어졌다. 대규모 미곡종합처리장(RPC)이 들어서고 돌과 금속을 골라내는 석발기와 금속선별기가 곡식에 이물질이 섞이는 문제를 해결한 것. 심지어 색깔이 다른 쌀이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싸라기까지 선별하니 2000년대 들면서 조리는 가정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럼에도 설날이 되면 벽사의 의미가 담긴 수공예 복조리를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으나, 중국과 동남아에서 수입되는 복조리 때문에 그나마 전통방식으로 만든 조리는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복조리를 생산하고 있는 안성 구메농사마을의 진영숙 사무장은 “크기가 손가락만 한 복조리부터 어른 몸통만 한 것까지, 가격은 3000원부터 수십만원까지 각양각색의 복조리를 만들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집 또는 차 안에 장식용으로 또는 집들이 선물 등으로 복조리를 활용해 보라”고 말했다.
강건우 기자
◇참고서적=<식기장 이야기>(채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