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이 겨울, 이 살풍경 앞에서 떠오르는 고사성어가 수락석출(水落石出)이다. ‘물이 빠지자 돌이 드러난다’는 뜻으로, 원래는 메마른 겨울 강을 묘사한 말이지만 지금은 ‘시간이 지나면 진상이 드러난다’는 의미로 많이 쓴다. 이 말을 남긴 이는 중국 송나라 최고의 시인 소동파다.
소동파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젊어서 벼슬길에 들어섰으나 격렬한 당쟁 속에서 좌천당하는 등 정치적으로는 불운을 겪었다. 그 시련의 시절에 남긴 불후의 명작이 <적벽부>다. 어느 가을날 적벽이라는 명승지를 찾았다가 삼국시대의 적벽대전을 떠올리곤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 시다.
<적벽부>를 짓고 석달 후 소동파는 다시 적벽을 찾았다. 가을과는 너무 다른 겨울 강의 풍광을 그는 이렇게 노래했다. “…흐르는 강물 소리, 깎아지른 천길 절벽, 우뚝한 산과 작은 달, 물 빠져 드러난 바위. 해와 달이 몇번이나 바뀌었다고 강산을 이리도 알아볼 수 없단 말인가.” 오늘날 <후적벽부>라 일컬어지는 시다.
물이 빠지면 바위가 드러나듯 흑막이 걷히면 진실이 알려지는 법이다. 그것이 춥고 메마른 겨울이 우리에게 주는 냉혹한 교훈이다.
손수정 기자
